[단독] 대법 “신입생 충원율만으로 교수 성과임금 결정...위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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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모집 실적만을 평가기준으로 삼아 사립대 교수의 성과임금을 지급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같은 형태의 성과임금이 위법하다고 본 1,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사립대 측에서는 대법원이 인구 감소로 신입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판단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영대 교수 A 씨가 학교법인 봉헌학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봉헌학원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신입생 모집 실적만을 평가기준으로 해 성과임금을 지급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성과연봉제의 지급기준이 교원의 인사ㆍ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고 교원의 보수 결정에 관한 사립학교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입생 충원율로 성과임금 책정...1, 2심 "위법"
봉헌학원은 한영대가 신입생 정원 미달로 재정 부족에 시달리자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교직원 연봉계약제를 도입했다. 인건비를 절감해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학과 신입생 모집 실적을 의미하는 '신입생 충원율'을 기준으로 교수들의 성과임금을 책정하는 성과연봉제가 시행됐다. 신입생 충원율이 교수들 성과임금을 결정하는 유일한 평가기준이 된 것이다.
재판에서는 신입생 충원율만으로 성과임금을 결정한 제도가 교원의 인사ㆍ보수에 관한 법령 등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공방이 오갔다.
A 씨는 성과연봉제가 무효인 만큼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봉헌학원 정관이 준용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어긋난다면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이다.
1심은 한영대의 성과연봉제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봤다.
1심은 "봉헌학원이 A 씨의 급여를 감액하고 설령 A 씨가 그에 동의했다 해도 이에 따른 약정은 (봉헌학원의) 정관 조항에 정한 바와 달리 사립대학 교수의 급여를 감액한 것"이라며 "사립학교법 조항에 어긋나 무효"라고 지적했다.
2심은 신입생 충원율이 실적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신입생 모집이 교수의 본질적 업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입생 모집 실적은 교수의 본질적 업무인 학생교육ㆍ학생지도ㆍ학문연구 등의 성과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2심은 "(신입생 모집은) 교원의 업무 외에 학교법인 자체의 모집 정책, 교육에 대한 투자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교원의 성과임금이 신입생 모집률만으로 결정되면 교원의 교육ㆍ연구ㆍ봉사 등의 업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성과임금의 취지에 반해 교원이 신입생 모집 활동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교원의 본질적 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심 깬 대법...학령인구 감소 등 고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사립대 교수의 신입생 모집 활동이 금지되지 않기 때문에 모집 실적을 토대로 보수의 일부를 차등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관련 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사립대 교원이 신입생 모집 활동 등 대학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학교법인이 소속 교원에게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임용계약을 통해 신입생 모집 활동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거나 그 기여도에 따라 보수의 일부를 차등으로 지급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도 대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사립대는 국공립대와 달리 등록금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타격이 국공립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하면 학과 폐지나 통폐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은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 폐지나 통폐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 보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교원이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수반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신입생 모집 실적에 따른 감액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은 교원 본연의 임무인 학생 교육ㆍ지도와 학문 연구 등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고 나머지 부분이 신입생 모집 실적에 연동해 지급된 성과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임금 부분이 교원 본연의 임무가 아닌 신입생 모집 실적만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성과연봉제의 지급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봉헌학원을 대리한 홍미정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교원 실적평가에서 신입생 모집 실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 16.75%라고 해도 A 씨에게는 다른 평가항목인 교원업적평가나 취업성과, 학교발전 기여도, 학과평가 등의 부분에서 자신의 등급을 유지하거나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부여돼 있었다"며 "대법원은 이 때문에 일정 부분 신입생 모집 실적을 대학 교수 성과연봉에 반영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사립대들이 교수들의 보수를 이전보다 더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립대의 보수 결정에 대한 자율성을 더 폭넓게 인정했다"며 "학령인구 감소 및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 기조에 따라 신입생 모집 실적 위주의 보수 책정 방식에 대한 현실적 필요성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 2022년 06월 12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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