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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메신저로 문제 제기한 직원 정직...법원 “징계 수위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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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97회 작성일 22-06-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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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이유로 실시한 무급휴직에 문제를 제기하고 노조를 만들려던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징계가 부당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회사 시스템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징계 사유는 인정됐지만 표현의 자유와 노조 설립의 자유를 고려했을 때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A 연구소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그 징계양정이 과중해 부당하다"면서 A 연구소의 청구를 기각했다.
 
B 씨는 A 연구소가 운영하는 생명과학박물관에서 재직하던 중 3주 3일 징계휴직 처분을 받았다. 월간 업무보고를 장기간 누락하는 등 직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회사 업무용 시스템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다. 3회에 걸쳐 하위 10%에 해당하는 근무평가를 받은 것도 징계 사유가 됐다.
 
B 씨는 A 연구소와 노조 설립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월 1일에서 6일 정도 무급휴가를 시행하자 B 씨는 사내 메신저를 이용해 무급휴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B 씨는 이후에도 직원 평가나 업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조합의 당위성이나 노조 설립 설문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게시했다. 연구소에서 사내 메신저 사용을 제한하자 "이 글을 끝으로 잠정적으로 회사 메신저에 노동조합과 관계된 내용은 올리지 않겠다. 이유는 회사 측에서 사적인 용도로 사내 메신저 사용을 하지 말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라면서 날을 세우기도 했다.
 
B 씨는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B 씨 손을 들었다. 징계 사유 중 회사 업무용 시스템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만 인정돼 징계가 과도하다고 봤다. 중노위 판정도 같았다.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우선 첫 번째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A 씨가 업무보고를 정기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건 맞지만 다른 직원들도 월간 업무보고를 정기적으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를 이유로 징계를 받은 직원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연구소는 이 사건 징계처분 이전까지 직원들의 월간 업무보고 불이행을 징계사유로 삼은 적이 없었다"며 "월간 업무보고의 내용이나 형식이 일률적으로 정해졌다거나 연구소가 이에 관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나 교육을 했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근무 평가를 받은 것에 관해서는 회사가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A 연구소의 취업규칙은 '근무성적 및 능률이 현저하게 불량해 직무수행능력이 없다고 인정돼 3회 이상 경고를 받았을 때'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A 연구소는 B 씨에 대해 면담을 하거나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재판부는 "상급자들이 B 씨와 미흡한 부분에 대해 면담을 하거나 이에 관한 주의를 줬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만 그러한 기재만으로는 B 씨에게 취업규칙에서 정한 '경고'를 발령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 수위가 과도한지 판단하면서 B 씨가 노조 설립을 두고 갈등을 겪었던 것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B 씨 게시물에는 연구소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은 표현이 일부 존재하고 업무 관련성이 낮은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도 "게시물의 주요 내용은 연구소가 시행하는 무급휴가, 직원평가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노조 설립 등에 관한 것으로서 B 씨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B 씨가 여러 근무지에 산재돼 있는 다른 근로자들에게 이같은 주제에 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할만한 게시판 등 공간은 없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노조 설립의 자유를 감안할 때 이 게시물에 관한 징계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징계양정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B 연구소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3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출처 : 2022년 06월 03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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