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회식 후 교통사고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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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와 3차까지 회식을 하다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3차 회식이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었고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난 사고라고 판단해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1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3차 회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업무와 관련돼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고 A 씨가 1, 2, 3차 회식에서 마신 술로 취했으며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했다"며 "업무와 A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IT업무팀 과장으로 회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총괄담당을 맡고 있었다. 그는 2019년 10월 프로젝트팀과 협력사 직원이 함께하는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했고 과속하던 택시와 충돌해 사망했다.
그러나 공단은 A 씨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면서 유족들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회식은 3차 회식으로 사업주의 지배ㆍ관리하의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1차 회식 자리에서는 A 씨를 포함한 프로젝트팀 5명, 협력사 직원 2명이 함께했지만 2차에서는 A 씨와 팀원 1명, 협력사 총괄책임자 B 씨만 남았다. 3차에서는 A 씨와 B 씨만 참석했다. 공단은 2, 3차 회식에는 1차 회식에 참가한 인원이 대부분 불참했고 참석의 강제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장소가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A 씨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왔는데 사고 발생 장소는 자택으로 가는 정류장의 반대편이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3차 회식이더라도 사업주의 지배ㆍ관리를 받는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2, 3차 회식에 대해서는 회사의 명시적인 승인이 있지 않았다"면서도 "협력사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향후 예산 상황 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고 A 씨의 입장에서도 해당 프로젝트가 다른 계열사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등 상호 필요로 인해 2, 3차 회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서 3차 회식을 진행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고 회식 참석이 의무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A 씨는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회식에 참석해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문제가 된 회식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이지 않거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1, 2, 3차는 시간 공백 없이 연속해서 인근 장소에서 짧게 이뤄졌고 회식 장소나 술의 종류, 음주량을 고려해도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회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 씨가 자택 방향과 반대편에서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B 씨 진술에 따르면 A 씨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넌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술을 마시는 회식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 범위 내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비록 출퇴근하는 정류장 맞은편으로 이동했지만 사고 경위나 이동거리 등을 고려할 때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고 유족 측 손을 들었다.
출처 : 2022년 05월 13일 금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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