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범위 확대...실무상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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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가 아닌 '사용자'더라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직접 부당노동행위 시정이 가능한 사업주만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상대방에 해당한다는 기존 원칙을 깬 판결이다.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를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할 경우 각하 판정을 내리던 노동위원회 판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3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상대방이 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실무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영남택시(주)노동조합 위원장 A 씨와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중노위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게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 "사업주 아닌 사용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상대방"
A 씨는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영남택시분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영남택시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원래 노조에서 제명됐다. 그 무렵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부본부장이던 B 씨도 노조를 탈퇴한 후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을 설립했다. A 씨는 B 씨가 설립한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과 연대하려 했고 이 노조로부터 가입 인준장도 받았다.
A 씨가 노조를 설립하면서 영남택시에서는 기존 교섭대표노동조합이었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영남택시분회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노조는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중이었다.
이에 영남택시 상무이사 C 씨는 A 씨에게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대신 B 씨를 개입시키지 않는다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것, 두 번째 안은 노조 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새 택시를 제공하는 등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마지막 안은 이전에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면서 발생했던 퇴직금 손실 등을 보전할 테니 퇴직하라는 제안이었다.
A 씨와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은 C 씨의 제안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벽보를 사업장에 3개월 동안 게시할 것도 요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구제신청을 각각 각하, 기각했다. C 씨는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상대방인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C 씨도 구제신청의 상대방이라고 봤다. C 씨도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인 만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상대방도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도 2심에 문제가 없다면서 A 씨 손을 들었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2심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서의 사용자의 범위는 노동조합법 조문의 체계ㆍ문언 등에 비춰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사용자의 범위와 같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당노동행위의 예방ㆍ제거를 위한 구제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며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구제명령의 내용이나 그 이행 방법, 구제명령을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이나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그 상대방이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바탕으로 C 씨가 부당노동행위의 행위자가 될 수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C 씨가 대표이사의 아들이자 사내이사 겸 지배인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A 씨와 나눈 대화 내용상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관해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부당노동행위 대상이 아니었던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대법원은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특정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특정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범위 확대...실무상 변화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2006년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사업주가 당사자라는 취지의 판단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을 시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다투는 사안에서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발해진 경우 그 명령에 따라 이를 시정할 주체는 사업주인 사용자"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구제명령이 사업주인 사용자의 일부 조직이나 업무집행기관 또는 업무담당자에 대해 행해진 경우에는 사업주인 사용자에 대해 행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판결은 원고가 패소한 1심에서 인용됐고 회사 측의 상고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도 2010년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서 피신청인이 될 당사자 적격은 구제명령의 이행의무를 지는 자에 한정된다"며 "구제명령을 이행할 주체가 사업주인 사용자인 이상 일부 조직이나 업무집행기관 또는 업무담당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법리는 노동위원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중노위는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서 상대방이 사용자의 일부 조직이나 업무집행기관, 업무담당자인 경우 당사자 적격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각하했다. 상대방을 다시 정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신청인에게 당사자를 다시 표시하도록 했다. 실무상에서도 사업자등록증상 사업주를 구제 신청 상대방으로 기재해 구제 신청하는 관행이 자리잡아 왔다.
반면 원심과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의 상대방을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분류되는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의 상대방도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2006년 판례에 대해 "당사자 능력의 존부가 문제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건을 대리한 노성진 변호사(노성진 법률사무소)는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대체로 문제가 되거나 실제로 행위하는 건 하부 직원인데 이들은 구제 신청 대상에서 빠졌었다"며 "앞으로 인사 관리 직원도 조직의 일원으로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유사 분쟁에서 부당노동행위 입증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에는 부당노동행위 행위자가 사업주가 아닐 경우 실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을 노동위원회에 세우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직접적인 행위자를 대상으로도 구제 신청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판결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준성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공인노무사는 "노동위원회에 사업주를 대상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하면 회사 측에서 행위자를 숨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 행위자를 직접 피신청인으로 불러낼 수 있게 됐고 노동위원회에서 심문도 할 수 있게 됐다"며 "대법원 판례 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변경된 판례를 적용하는 등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 2022년 05월 23일 월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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