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 일하고 백혈병…법원 “산재 인정”
페이지 정보

본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간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산재가 인정됐다. 법원은 근로자가 백혈병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일했다면 백혈병 발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제1단독 박은지 판사는 지난 13일 삼성디스플레이 근로자 정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소 승소 판결했다.
정 씨는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10년간 디스플레이(OLED) 생산 라인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며 셀검사 및 편광판 부착 등의 업무를 했다. 정 씨는 2021년 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정 씨는 백혈병과 관련한 병력, 가족력이 없었고 업무시간 외 백혈병 유해요인에 노출된 이력이 없어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정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백혈병과 정 씨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정 씨가 근무하며 유해요인인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을 위험성은 낮고, 전리방사선의 노출 수준 또한 미미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 씨는 공단의 요양 불승인 처분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 씨의 백혈병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정 씨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은 정 씨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백혈병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것이라고 봤다. 박 판사는 "정 씨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기를 이용한 생산설비와 작업 과정에서 사용되는 이오나이저, 세정기, 검사장비 등으로 인해 전리방사선과 극저주파 자기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일련의 공정으로 인하여 포름알데히드, 벤젠, 에탄올 등 다양한 유해물질과 독성가스에도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정 씨가 백혈병 유해물질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정 씨는 만 18세에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그 이전에는 특별한 직업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백혈병과 관련한 가족력이나 기저질환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정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당시 일부 위원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기도 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단의 주장은 개별 유해물질과 백혈병의 연관성에 관한 내용일 뿐, 유해물질이 복합적으로 상존하는 업무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유의미한 답변이 될 수 없다"며 "원고에게 백혈병을 유발 또는 악화할 다른 요인이 존재했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이번 사건의 빠른 확정을 촉구했다. 반올림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법원의 규범적 판단기준을 법령에 명문화해 불필요한 소송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공단이 반복 패소하는 사건은 인정기준에 반영하고, 불필요한 상소 제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공단은 국정기획위의 제안을 실천해 항소하지 말고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씨 측을 대리한 박다혜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는 "공단은 요양급여를 신청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지로만 주장해 산재 피해자들에게 지나친 소송 지연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법원이 역학조사와 진료기록감정이 얼마나 충실하게 진행됐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 각 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 일하고 백혈병…법원 “산재 인정”, 박정현 기자, 2025년 8월 19일
- 다음글‘9개월간 4명 숨졌는데’ HD현대중에 대법원 ‘집유’ 25.08.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