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직접고용 하청근로자 퇴직금 기산일은? “하청업체 근무시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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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파견 소송을 제기한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됐다가 원청업체에서 퇴사했을 때 퇴직금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연수 기산점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된 시점이 아닌 파견법에 따라 고용간주된 하청업체 근무 시점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사는 퇴직금 기산일을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된 시점 근처로 합의하고 퇴직금 지급과 함께 부제소 합의까지 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노사 합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재판장 원종찬)는 삼표시멘트에서 직접고용된 후 퇴직한 근로자 A 씨 등 4명이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임의로 정한 퇴직금 기산일, 소송 불씨로
A 씨 등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일하다 2017년경 삼표시멘트에 직접고용된 후 퇴직한 근로자들이다. 앞서 A 씨 등은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노사는 2015년 2월 28일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하고 퇴직금 기산일을 2015년 3월 1일로 하기로 합의했고, 근로자 측은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A 씨 등은 앞선 판결에서 인정된 고용간주일을 무시하고 임의로 퇴직금 기산일을 2015년 3월 1일로 정한 노사 합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퇴직급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로자는 주택 구입, 파산,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 등의 사유가 있으면 퇴직하기 전 계속근로시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퇴직금 중간정산)해 받을 수 있다. 이때 퇴직금여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볼 수 없다.
쟁점은 노사 합의가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하는지,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한다면 유효한 것인지로 떠올랐다.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라 지급한 퇴직금이 퇴직급여법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퇴직급여법 시행령에 명시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해 유효라고 주장했다.
1심 회사 측 손 "퇴직금 합의 유효"
1심은 근로자 측 청구를 기각했다. A 씨 등은 삼표시멘트가 임의로 퇴직금 기산일을 정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구체적으로 정산일을 특정해 퇴직금 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당사자는 근로자와 그들이 속한 노동조합이고 회사는 이를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합의 당시 언론과 노동계 역시 이 사건 합의를 직급, 호봉, 근속연수를 비롯한 직접고용일로부터의 근속에 따른 권리를 사측에서 처음으로 모두 인정한 긍정적인 사례로 받아들였고, 적어도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위법한 퇴직금 중산정산이라는 지적이나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결국 이 사건 합의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퇴직금 총액을 감액하는 수단으로 중간정산을 이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합의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어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퇴직금 중간정산 인정한 2심 "시행령 요건 못 갖춰"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2심은 삼표시멘트 노사의 퇴직금 합의가 퇴직금 중간정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퇴직금 기산일을 2015년 3월 1일로 정하고, 그 전까지 발생한 퇴직금을 회사가 A 씨 등에게 미리 정산해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에 대한 합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회사는 퇴직금 노사 합의가 퇴직급여법 시행령에서 정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퇴직금 합의가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6호에 정하고 있는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 사건 퇴직금 합의는 그 요건을 갖추지 않은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은 대리한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근로자파견 소송을 제기한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됐다가 원청업체에서 퇴사한 경우에 퇴직금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연수 기산점은 원청업체에 직접고용된 시점이 아니라, 파견법에 따라 고용간주된 하청업체 근무 시점부터 기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직접고용 당시에 근로자와 원청업체가 퇴직금 기산일을 직접고용된 시점 근처 시기로 합의하고 그 기준에 따라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부제소 합의까지 했음에도, 이러한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법원은 퇴직금 기산일에 대한 합의가 퇴직금 중간정산이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한 회사의 주장에도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급여법상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는 엄격하게 정하고 있어 근로자파견 소송에서 직접고용을 조건으로 원청업체와 파견근로자가 퇴직금 기산일에 대해 임의로 합의를 하는 것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에 불복한 회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원청 직접고용 하청근로자 퇴직금 기산일은? “하청업체 근무시점부터”, 월간노동법률, 2025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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