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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전자 또 이겼다...중노위 “탄력근무 거부자, 징계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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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22-05-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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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이 급증하는 성수기에 탄력근로를 거부한 가전제품 수리기사를 징계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탄력근로 거부자에 대한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다룬 중노위 판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사건을 맡았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도 앞서 동일한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쟁점은 연장근로를 포함한 탄력근로를 노사 합의로 시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노동위원회는 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판정 직후 당사자와 합의해야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공은 법원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회사의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던 근로자 측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결국 포괄적 합의로 연장근로가 포함된 탄력근로를 시행할 수 있을지는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노위 이어 중노위도 "탄력근무 거부자 징계 정당"
 
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중노위는 최근 금속노조 LG전자지회(지회)와 소속 조합원인 가전제품 수리기사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ㆍ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중노위는 지난달 27일 A 씨 측이 부산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심 신청을 기각하고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다만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판정문이 나와야 알 수 있다. 판정문은 통상 판정 한 달 뒤쯤 나온다.
 
A 씨는 앞서 LG전자와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LG전자노동조합(노조)이 합의한 탄력근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30일 처분을 받았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나머지 기간의 근로시간을 줄여 1주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LG전자와 노조는 2019년 여름철 성수기 인력 운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 도입을 합의했다. 이후 법 개정으로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가 가능해지면서 지난해 4월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 도입에 합의했다.
 
LG전자에 따르면 여름철은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 1년 업무량 가운데 약 30%가 7~8월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일부 수리기사가 업무를 하지 못하면 다른 수리기사들에게 일이 몰리는 구조다.
 
이 합의에 따라 6~8월 사이 13주 동안에는 주 6일씩 54~58시간을 일하기로 했다. 대신 그 이후에는 1주 5~6일씩 45시간 일하는 것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했다.
 
그러나 A 씨는 6월부터 8월까지 1주에 40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않았다. 주당 소정근로시간인 46시간에도 못 미친 것이다.
 
전말은 이렇다. LG전자와 노조가 합의한 탄력근로에는 연장근로가 포함돼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당사자와 합의하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탄력근로제의 경우 취업규칙이나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등을 통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A 씨는 이를 근거로 LG전자 지점장에게 "근무명령서에 연장근로시간이 구분돼 있지 않아 연장근로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탄력근로를 따를 수 없다고 했다. 개별 근로자와 합의하지 않은 연장근로는 위법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점장은 노사 합의 사항인 점을 강조하면서 수차례 근무명령서와 경고장 등을 A 씨에게 발송했다.
 
LG전자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합의할 필요 없이 근로계약 등을 통해 사전에 약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A 씨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회사 사정상 부득이한 경우 시간외 근무 등을 명할 수 있고 직원은 이에 동의하기로 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를 연장근로에 관한 합의가 존재한 것으로 본 것이다.
 
LG전자는 일부 수리기사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다른 수리기사들에게 일이 집중돼 징계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지노위 판정 근거는?..."탄력근로제 취지 부합"
 
중노위와 결론이 같았던 부산지노위 판정문을 보면 판단 근거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부산지노위는 LG전자가 시행한 탄력근로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A 씨가 연장근로를 이행하지 않은 점이 징계 사유로 인정된다고 봤다.
 
부산지노위는 "탄력근로제 도입 합의서상 노사 간 합의한 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휴일근로)를 포함한 실제 근무시간으로 단위기간 내 1주 평균 52시간"이라며 "근로계약서에 '회사 사정상 긴급하게 부득이한 경우 회사는 시간외 근무, 휴일근무, 야간근무를 명할 수 있고 이에 동의하기로 한다'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성수기는 매년 발생하는 상황인 만큼 긴급하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는 A 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수기 서비스 수요가 비성수기보다 2~3배 많고 LG전자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자 불편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노위는 "성수기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탄력근로제를 운영하는 것이 탄력근로제 취지와 목적에 더 부합된다"며 "LG전자가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구분해 근무명령서를 발부했음에도 A 씨는 여전히 탄력근로가 위법하다고 이의제기만 할 뿐 소정근로시간마저 이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정이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 기조와 맞물리면서 장시간 근로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씨를 대리한 박준성 금속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구분해 통지하지 않으면 개별 근로자의 연장근로 합의권 행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건 위법하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유연근로시간제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판정이 나오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근로를 강제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판정이 확정될 경우 탄력근로 운영 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A 씨 측 주장대로면 연장근로가 포함된 탄력근로를 시행할 때 개별 근로자와 일일이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를 대리한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연장근로를 할 때 포괄적으로 합의해도 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에 회사가 탄력근로를 할 때도 이런 포괄적 합의에 근거해 탄력근로에 연장근로를 포함한 것이고 이게 허용된다는 취지의 판정"이라며 "포괄적으로 합의한 근로계약이 존재하면 탄력근로를 할 때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시행해도 상관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A 씨 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판정문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 달 초 사이 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2022년 05월 02일 월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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