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LG 가전제품 관리기사도 노조법상 근로자”...교섭 힘 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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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가전제품 관리 노동자(케어솔루션 매니저)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률관계의 전속성이 인정되고 회사가 매니저들을 지휘ㆍ감독하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교섭을 요구할 당시 노조가 조합원 수를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것이 노동조합법 위반인지도 쟁점이었지만 법원은 입법 취지상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는 판결 직후 회사가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면서 향후 이어질 교섭에 기대감을 보였다.
19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4일 "케어솔루션 매니저는 구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해 이들이 가입한 금속노조의 교섭요구는 적법하다"며 "회사는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법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케어솔루션 매니저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가전제품 방문 관리 노동자로서는 첫 법원 판결이다.
하이엠솔루텍은 LG전자 제품을 유지ㆍ관리하는 자회사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위탁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2020년 지회를 설립하고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지회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닌 매니저로 이뤄져 있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다. 회사는 매니저들에게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용종속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회는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쟁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가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모두 이들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법원은 법률 관계의 전속성이 인정되고 회사가 매니저들을 지휘ㆍ감독하고 있어 매니저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선 법원은 매니저들이 사실상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없어 회사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2019년을 기준으로 월 평균 180~200건의 계정을 처리했다. 재판부는 "이 계정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고객의 일정에 맞춰 일하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며 "매니저 이외의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직업을 겸하는 매니저도 있지만 대부분 보험 영업, 개인 과외, 의류 쇼핑몰 운영 등 시간 관리가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이어서 매니저들의 소득은 회사가 지급하는 수수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이어 "회사는 매니저들과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해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수수료 지급 기준도 회사가 정한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는 보수를 비롯해 매니저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매니저들이 회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회사는 매니저 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계약상 해지 사유도 융통성있게 적용해 실제 해지율은 낮았다. 매니저들이 다른 사람을 이용해 서비스를 대행하게 하는 경우에는 계약 해지 사유가 됐고 다른 가전제품 회사의 유지관리 업무를 할 수도 없었다.
또 회사는 업무 지침을 매니저들에게 배포하고 업무용 프로그램을 통해 매니저들의 업무 수행 현황을 파악하는 등 지휘ㆍ감독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매니저의 등급을 평가해 수수료를 다르게 지급했고 평가가 좋지 않으면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법원 "교섭요구 시 조합원 수 특정 안 해도 적법"
이 사건에서는 교섭의 형식적 요건이 또 다른 쟁점이 됐다. 지회가 교섭을 요구할 당시 조합원 수를 '김 모 씨 외 0000명'이라고만 기재한 것.
개정 전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때는 노동조합의 명칭과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 조합원 수를 적어 서면으로 해야 한다고 정한다. 회사는 지회가 사실상 조합원 수를 기재하지 않았다면서 형식적 요건에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조합법 규정의 취지상 조합원 수를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위법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매니저인 김 모 씨가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고 단체교섭 요구 공문에는 '김 모 씨 외 0000명'이라고 기재해 회사 소속 매니저가 지회에 소속된 것이 확인돼 최소한의 필요 요건과 방식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규정의 취지는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특정하고 교섭요구 일자를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정확한 조합원 수는 향후 절차에서 충분히 특정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조합원 수를 정확히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섭요구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회 "항소 안 한다는 게 회사 입장"...교섭 동력 붙을까
한편, 지회는 판결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정원 지회장은 "매니저들은 회사 지시에 따라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회사 지시에 따라 제품을 관리하고, 회사가 내민 계약서 한 줄도 바꿀 수 없고, 회사가 주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도 지난 2년간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니저들이 노동 3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라는 것은 당연한 판결"이라며 "이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단체협약에 집중해서 매니저들이 염원해온 소망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으로 지회와 하이엠솔루텍과의 교섭에 동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가 행정법원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추가 법정 분쟁이 이어지지는 않을거라는 게 지회의 판단이다.
황수진 금속노조 조직부장은 "이미 회사와 교섭은 시작했고 행정법원 판결까지만 확인하겠다는 게 회사의 지속적인 입장이었다"며 "회사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오면 2심이나 3심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했고 노동위원회 심문 과정에서도 위원들에게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회사와 지회는 지난 1월 이미 교섭을 시작했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날에는 6차 교섭을 진행했다. 지회는 교섭 진행 상황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번 법원 판단을 계기로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회의 요구안은 기본급 보장과 유류비 지급이다.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고 있어 수입이 불안정하고 업무 특성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함에도 유류비를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게 지회의 지적이다.
김 지회장은 "이제 지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협에 집중해서 매니저들이 염원해온 소망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출처 : 2022년 04월 19일 화요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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