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채용청탁 있었어도 내쫓는 건 위법”...SR 발목 잡은 인사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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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아낸 노조 위원장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부정채용 대상자를 직권면직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회사 취업규칙상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권면직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채용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가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노조 위원장에게 채용청탁 대가로 금품을 줬지만 채용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채용청탁 유죄 확정에도..."입사자 직권면직은 위법"
24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38-3민사부(재판장 김갑석)는 철도공기업 수서고속철도(SR) 직원 A 씨 등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직권면직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 등에 대한 직권면직은 위법해 무효"라며 "직권면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다 해도 이는 SR의 귀책 사유로 인한 것인 만큼 SR은 A 씨 등이 정상적으로 일했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의 부친인 B 씨와 C 씨는 당시 SR 노조 위원장에게 자녀들 채용청탁 명목으로 각각 100만 원, 200만 원씩 제공했다. 노조 위원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총 12명의 채용에 관한 청탁을 받고 6630만 원을 수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위원장은 1,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상고를 취하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다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노조 위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B 씨와 C 씨로부터 채용청탁을 받고 돈을 받기는 했지만 에스알 인사담당자 등에게 채용을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만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도 이 대목에 주목했다. 1심은 "A 씨 등의 부친들이 노조 위원장에게 채용청탁을 했더라도 채용청탁이 채용담당자에게 전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채용청탁 행위와 A 씨 등의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직권면직 발목 잡은 인사규정, 이유는?
채용청탁이 이뤄진 사실만으로 직권면직 사유가 된다는 SR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R 인사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SR 인사규정을 보면 '채용결격사유'가 발견되거나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발견됐을 때 직권면직 사유가 된다고 규정돼 있다.
2심 재판부는 "인사규정의 해석상 직권면직 사유는 채용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와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경우로 나뉘는데 채용결격사유가 있을 때는 그 사유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직권면직 사유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기 또는 부정한 방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를 통해 실제 채용이 된 때에 직권면직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 등의 부친들의 채용청탁 행위는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채용청탁과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직권면직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SR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출처 : 2022년 03월 24일 목요일, 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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