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중독 29명이나 나왔지만…제조사는 중대재해법 '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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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물질을 납품받아 사용한 업체는 중대재해법을 적용받지만 정작 해당 물질을 만든 제조사는 법 적용을 비껴가게 된 만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 두성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사 대흥알앤티에서 발생한 근로자 급성중독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두성산업에서 근로자 16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의한 급성중독으로 확인된 데 이어 지난 3일 대흥알앤티에서도 근로자 13명이 같은 증상으로 급성중독 판정을 받았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유기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경련, 급성 기질성 뇌증후군 등을 급성중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에 문제의 트리클로로에틸렌을 납품한 화학물질 제조사는 유성케미칼로 확인됐다. 문제는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가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 반면 해당 물질을 제조한 유성케미칼의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는 지점이다.
중대재해인 급성중독 판정을 받은 근로자들이 유성케미칼이 아닌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 소속 근로자이고, 유성케미칼과 각 회사가 맺은 계약이 지배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도급·용역 계약이 아닌 매매 계약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성케미칼이 제조한 화학물질을 사용한 업체에서 다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 회사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부는 추가 사고 발생에 대응해 현재 유성케미칼이 제조한 세척제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 89곳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36곳에 대해 1차 조사를 마치고 16곳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공중이용시설에 대해서 전혀 관련성이 없는 이들이 시설을 이용하다가 중대재해가 난 경우에도 시민재해로 처벌을 받게 되는데 제조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차이에 대해 의문이 들수 있다"며 "중대시민재해가 세월호나 가습기 살균제 등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동일한 맥락에서 모호함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고민했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유성케미칼에 적용할 수 있는 처벌 수위가 중대재해법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유성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성분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산안법상 MSDS 제출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MSDS는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화학물질 함유량과 취급 주의사항, 유해성 정보를 구매자와 정부에게 제출하는 자료로, 사용자가 독성물질 포함 여부 등을 확인해 중독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시설을 갖추는 근거자료로 쓰인다.
현행 산안법상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MSDS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산재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이를 계기로 MSDS 제출 의무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수준 상향뿐만 아니라 제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급성중독 같은 경우에도 근로자 다수가 피해를 입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제조사에 대한 허점이 발견된 것"이라며 "해당 물질을 사용해서 얻는 이익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여기에는 현행 과태료 수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비롯해 형사처벌에 대한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과태료뿐만 아니라 벌금 등 형사처벌에 대해서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부주의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는 11일에는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실 주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및 고용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MSDS 실태와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출처 : 2022년 03월 10일 목요일, 뉴시스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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