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배송 끼임 사망, 대법 “유족에 손해배상하라”…‘포괄임금약정’ 쟁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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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배송 업무를 하다 끼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이 최종 승소했다.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덴 큰 다툼이 없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포괄임금계약의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쟁점이 됐다.
원심은 포괄임금약정에 의해 망인에게 지급된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하고 그 약정 연장근로시간도 소정근로시간 수에 포함해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6일 끼임사고로 숨진 망인의 유족이 화물차 운송사 B 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산재사망에 유족들 손해배상 청구, 그런데…
망인은 화물차 운송사 B 사에 소속돼 화물배송 업무를 했다. 지난 2018년 5월 의류제조 도소매업 D 사의 물류창고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화물을 운반하던 망인은 리프트가 추락해 발생한 끼임사고로 숨졌다.
유족은 망인을 사망케 한 가해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와 두 자녀는 B 사와 D 사, D 사의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회사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먼저 B 사에 대해선 "근로자에게 화물용 리트프 올바른 사용방법, 위험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안전교육을 취했으면 사고 예방할 수 있었을 점을 종합하면 B 사가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D 사와 그 대표에 대해선 "리프트가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방호장치 등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며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쟁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유족들은 망인의 일실수입과 일실퇴직금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망인이 포괄임금약정에 따라 임금을 받은 것인지, 포괄임금약정에 의해 망인에게 지급된 임금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다툼이 생겼다.
회사 측은 화물배송 업무 특성상 소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불가피해 고정연장근로시간(155시간), 고정야간근로시간(10시간)을 미리 정해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포괄임금약정이 무효이고 망인의 실제 연장근로시간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이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심은 "망인은 수년간 회사로부터 정액수당제에 따른 임금을 수령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와 망인이 '정액수당'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망인이 수행한 화물배송 등 업무의 특성상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워 보이고, 유족 측은 망인의 실제 월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200시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포괄임금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망인이 사고 당시 수령한 월 급여 290만 원이 최저임금을 미달했는지도 살폈다.
원심은 망인의 소정근로시간이 기준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약정 연장근로시간 주 14시간을 더한 주 54시간이라고 전제했다. 이후 비교대상 임금을 산정하고 이 비교대상 임금을 '월 기준근로시간(174시간)+가산율을 반영한 약정 월 연장근로시간(91.5시간)'으로 나눴다.
이 결과 비교대상 시급은 사고 당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에 미달하는 7351원이 나왔다. 원심은 법정최저임금을 반영해 망인의 일실수입 계산을 위한 월 급여를 317만4803원으로 최종 판단했다.
"최저임금 미달 아냐" 대법 일부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정액수당 포괄임금약정으로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회사와 망인이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망인의 근로계약서에서 기본급과 법정수당 산정의 기준이 된 시간급의 액수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근로계약서에 기본급이 기재돼 있으나 이를 기초로 법정수당을 산정한 후 합산한 월급여액은 실제 지급된 월급여액과 다르다"며 "기본임금과 법정수당을 모두 포함한 일정한 금액을 월급여액으로 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원심은 정액수당 포괄임금약정으로 판단하면서도 비교대상 임금을 산정할 역산 방식을 사용했다. 역산 방식은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에서 비교대상 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정액수당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했다고 잘못 판단했지만,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에서 비교대상 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인 역산 방식을 취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약정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을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하고 그 약정 연장근로시간도 소정근로시간 수에 포함해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교대상 시급을 산정할 때 사용되는 소정근로시간은 기준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을 뜻하므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은 사전에 근로계약에서 근로하기로 정한 약정 연장근로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연장근로시간일 뿐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의 월급여액으로부터 역산해 비교대상 시급을 산정할 때도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약정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대상 임금(분자)에 포함될 수 없고, 그 시간은 소정근로시간 수(분모)에 포함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다시 계산한 비교대상 시급은 7801원으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에 미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은 정액급 포괄임금약정이 최저임금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화물배송 끼임 사망, 대법 “유족에 손해배상하라”…‘포괄임금약정’ 쟁점으로, 월간노동법률, 2025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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