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업은행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고정성 폐기 법리’ 적용
페이지 정보

본문
재직자 조건이 붙은 IBK기업은행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를 적용해 원심을 뒤집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엄상필)는 기업은행 근로자 1만120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기업은행은 2011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정기상여금, 전산수당, 기술수당, 자격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
정기상여금은 1년간 기본급의 연 600%가 지급됐고, 1ㆍ2ㆍ5ㆍ7ㆍ9ㆍ11월 첫 영업일마다 연 100%씩 지급됐다. 정기상여금엔 보수 규정에 따라 지급일 당시 재직한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돼 있었다.
'고정성'으로 엇갈린 재직 조건 정기상여금 1ㆍ2심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회사에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 차액 776억 원을 청구했다. 소송 과정에서 회사가 전산수당, 기술수당, 자격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고, 이후 쟁점은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로 좁혀졌다.
1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재직자 조건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됐고, 정기성ㆍ일률성은 물론 고정성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1회 지급분은 2개월간 근로의 대가"라며 "회사는 정기상여금을 첫 영업일에 지급해 왔고 이로 인해 근로자가 다음 지급월 전에 퇴직했더라도 이미 퇴직일까지의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1심은 재직자 조건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것이 고정성 판단에 영향 주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수 규정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지급한 달의 첫 영업일과 다음 달 첫 영업일 사이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당기간 동안의 정기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 확정된다"며 "이를 고려할 때 보수 규정의 재직자 조건은 고정성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회사 측의 손을 들었다. 2심은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은행의 임금체계는 후불임금을 기준으로 편성돼 임금의 고정적 지급이 예정돼 있지 않다"며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해도 지급일 전 퇴직하면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근로 제공 시점에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수 없어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2심은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는 근로자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수 규정의 재직자 조건은 2001년부터 존재했고, 노조와 근로자 모두 이에 대해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폐지되지 않았다"며 "노사가 중도퇴직자나 휴직자에 대해 근무기간에 비례해 상여금을 계산해 지급한다는 일할계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정성 폐기 법리'로 판결 뒤집혀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1심과 2심에선 고정성 여부가 판결을 가르는 지표가 됐지만, 대법원에선 고정성이 판단기준에서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이제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경우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또, 재직자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고정성 폐기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고정성을 이유로 재직자 조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소정근로 대가성과 정기성ㆍ일률성만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 정기상여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는 없다"며 "근로자의 재직은 정기상여금 지급의 당연한 전제로 소정근로 대가성 판단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또한 정기상여금에 정기성ㆍ일률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정기상여금을 일정 주기로 나누어 정기적으로 지급해 정기성과 일률성도 인정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지급액 2000억 원대지만 충당금 있어…임금체계 개편 시동
이번 소송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승소가 확정되면 기업은행은 근로자들이 청구한 776억 원에 지연이자를 합한 금액인 2000억 원대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지급 규모가 크지만 기업은행은 이미 충당금을 적립해 놔 큰 위기로는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한 충당금을 이미 충분히 적립해 패소가 확정되더라도 지급에 큰 문제가 없다"며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주 기업은행노조 본부장도 "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기업은행이 기획재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도의 제한을 받지 않아 사측이 충분히 충당금을 적립해 놓은 상태"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법리를 바꾼 만큼 근로자 측에선 파기환송심 승소를 예상하고 있고, 사측과 지급 예정일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노조는 2차 통상임금 소송까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 소송뿐 아니라 2019년에서 2023년 동안의 성과상여금 등에 대한 2차 통상임금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2차 통상임금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손 본부장은 "현재 기업은행 임금체계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월마다 받는 금액이 들쑥날쑥하다. 보릿고개라고 말하는 달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도 사측과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하려고 했지만 통상임금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하지 못 해왔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나왔고 기업은행 1차 소송 결과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2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까지 나오면 본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사측과 논의를 시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대법, 기업은행 상여금 통상임금 ‘인정’…‘고정성 폐기 법리’ 적용, 월간노동법률, 2025년 1월 16일
- 이전글‘준공영제ㆍ민영제’ 교섭단위 분리한 버스회사…법원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25.01.17
- 다음글지노위, “틱톡 데이터 라벨링 하청 교육생은 근로자”…’부당해고’ 판정 25.01.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