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사직서 강요’에 직장 잃은 수습직원, 법원 “부당해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22-01-05 09:14

본문


“(수습평가 결과를) 받아들여야겠지만, 과연 다른 직원들은 수습평가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다 갖추고 통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나갈 것 같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아무도 평가를 안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동물약품 회사인 한국조에티스에서 근무한 수습직원인 A씨가 수습평가 불합격 통보를 받은 뒤 사측에 한 말이다. A씨는 사측의 권유로 사직서를 인사담당 직원에게 제출했다가 사직서 철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철회 요청 이전에 사직서를 수리했다. 그날로 A씨는 직장을 잃었다. 이후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문을 두드린 끝에 최근 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수습 마지막 날 수습평가 불합격 통보
비품 반납 요구에 사직서 양식까지 건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가 한국조에티스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A씨는 2019년 6월 입사해 수습직원으로 일했다. 그런데 수습 ‘딱지’를 떼는 마지막 날인 9월30일 수습평가에서 불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측은 즉시 휴대용 비품을 반납할 것을 요구하며 사직서 양식을 건넸고 사유까지 불러 줬다. A씨는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사직서를 낸 지 3시간 만에 인사팀 대리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사직서 철회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응하지 않았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의 사직 권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므로 적법하게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는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정을 내리자 A씨는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사직의 진의 없이 사직서를 냈고, 회사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사직서 제출을 권유하기에 앞서 약 1시간 동안 수습평가 탈락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다”면서도 “A씨는 수습평가의 심사기준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반론을 제기했는데, 그렇다면 수습평가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자발적 사직서 제출로 효력 없어”

재판부는 “A씨가 설령 수습평가 탈락 사유를 납득했더라도 구태여 회사의 수습기간 만료통보를 기다리지 않고 자진사직의 방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켜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사가 사직서 작성만 권유해 만료통보는 의도적으로 회피했고, 만료통보와 사직서 제출 간 장단점을 비교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진사직하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더라도, 사직권유로 인해 사직의 진의를 형성할 여유가 없이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A씨의 사직서 철회 요구도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러한 진의는 회사의 권유로 인해 수동적으로 형성된 것에 불과하다”며 “A씨는 회사의 승낙 의사표시를 받기 전에 사직서를 적법하게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사직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계약체결 거부와 관련해 ‘서면통지 의무’가 있는데도 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회사는 일방적으로 A씨와의 계약 체결을 거부함으로써 근로관계를 종료시켰으므로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용일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장은 “수습 기간 부당한 평가를 받았고, 그로 인해 해고된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며 “지난 2년간 외롭게 해고 다툼을 한 A씨를 회사는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회사 내 어떤 부당함이 있었는지, 왜 사직서를 강요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 2022년 01월 05일 수요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