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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서울대" 일침…노동자 사망 공동조사 힘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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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191회 작성일 21-07-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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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최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가 생전 학교 측의 직장 갑질에 시달렸다는 유족·노동조합의 주장과 사실이 아니라는 서울대 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를 방문해 직접 근무 현장을 살펴본 여당 의원들이 "서울대는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설국열차 같다.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유족과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노사 공동조사단' 구성이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산재 예방 TF) 소속 이탄희·이해식·장철민 의원은 전날 오전 숨진 청소노동자 A씨의 근무 현장 등 조사를 위해 서울대를 찾았다.

현장조사 및 유족·노동조합 측과의 간담회 일정을 마친 이탄희 의원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서울대판 설국열차'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유족도 말했지만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또 알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선의'로 시험 등을 치렀다고 하는데 청소노동자들은 그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며 "전혀 다른 2개의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항상 선의로 포장돼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측과 유족 및 노동조합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숨진 A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생전 학교 측이라고 볼 수 있는 관리팀장으로부터 과도한 업무 지시 및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는지 여부다. 

A씨의 사망 이후 유족과 노동조합은 관리팀장의 직장 갑질 의혹을 제기하면서 오세정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측이 공식 사과할 것과 함께 '진상 규명을 위해 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지난 9일 노동조합과의 교섭 과정에서 이들 요구안을 모두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측은 '유족들에게 인간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사과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하고 학내 인권센터를 통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팀장의 관리 방식이 당사자들을 위한 '선의의 의도'였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새로 부임한 관리팀장은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학교 시설물 이름을 영어와 한자 등으로 쓰게 하는 등의 시험을 진행했는데, 이는 서울대에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이 필요한 경우 응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업무와 무관한 시험에 성적이 낮게 나와 박탈감과 자괴감 등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씨의 경우 시험 성적을 잘 받았지만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서로 커닝을 하고 답을 몰라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관리팀장은 또 청소노동자들에게 매주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할 때 정장을 입고 오는 등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올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단정하고 멋진 복장의 기준이 뭐냐"면서 당황스러워했다고 한다.

A씨가 담당한 기숙사 등을 살펴본 민주당 산재 예방 TF는 사건 관련 문제를 전달하고 최대한 빨리 당 차원의 협의체 구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대를 찾은 의원들은 "서울대는 인권센터에 조사를 맡긴 것이 학교 원칙과 내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학교 측은 아직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출처 : 2021년 07월 16일 금요일 뉴시스 저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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