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끝나자 퇴사한 직원에 “파견 비용 돌려달라” 소송…대법 ‘위법’
페이지 정보

본문
의무근로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하면 해외 파견 비용을 반환한다는 약정이 위약예정금지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파견의 실질이 연수가 아닌 근로제공이었다며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15일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 퇴직자 A 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약정 '유효' 판단…"파견 비용 반환해야"
A 씨는 기술원 사내공모를 통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해외 파견근무를 했다. A 씨는 휴직 상태로 IAEA에서 근무했으며, 기술원은 A 씨를 파견하며 IAEA에 4억9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기술원에는 IAEA 파견에 대한 내부 규정이 존재했다. IAEA에 파견될 경우 근로자는 복귀 후 파견기간 2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불이행 시 기술원이 IAEA에 지불한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A 씨와 기술원은 해외 파견과 관련한 내부 규정을 위반하면 보증인인 장인ㆍ장모와 연계해 비용을 반환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A 씨가 해외 파견에 복귀한 직후 퇴사하면서 발생했다. A 씨는 IAEA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원에는 퇴직 의사를 밝혔다. 기술원은 A 씨에게 해외 파견 비용 반환을 요구했지만 A 씨가 거절하자 A 씨를 파면하고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도 기술원을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A 씨와 기술원 간의 해외 파견 비용 약정이 '위약예정금지' 위반인지 여부였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강제 근로를 막고 퇴직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약정 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간 '약정금의 법적 성질'에 따라 위약예정금지 위반 여부를 달리 판단했다. 2008년 대법원은 "구체적인 손해를 따지지 않고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거나, 반환하기로 한 비용의 실질이 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위약예정금지 위반"이라고 봤다.
1심은 기술원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파견 비용 약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술원의 반환 규정은 사용자가 연수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 시에 상환의무를 면제하는 취지의 규정으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파견 비용 반환 약정이 유효해 A 씨에게 반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고가 무효라는 A 씨의 주장은 소의 이익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이미 IAEA와 근로계약을 체결해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복직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며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한다"고 했다.
뒤집힌 2심, "위약예정금지 위반"…대법서 확정
2심은 1심을 뒤집고 해외 파견 비용 반환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반환 약정이 위약예정금지 위반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반환 약정이 A 씨가 일정 기간 의무복무를 하지 않을 경우 기술원에 어느 정도의 손해가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일정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으로 위약예정금지 위반"이라며 "위약예정금지의 취지가 근로자가 부당하게 계속 근로를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반환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A 씨가 휴직 상태로 해외 파견됐지만 파견 비용은 원래 기술원이 부담할 비용으로 약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파견기간 동안 기술원에 월ㆍ분기별 보고와 자료 제출을 수시로 했다"며 "기술원의 통제 하에 근로를 제공해 온 점을 고려하면 파견기간 기술원이 A 씨의 파견 비용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A 씨 파견의 실질이 연수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 씨가 파견기간 중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높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 씨가 기술원 통제 하에 근로를 제공해 IAEA에서 연수ㆍ교육훈련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이유 중 일부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A 씨와 기술원 간의 반환 약정이 무효라고 본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해 원심을 확정했다.
강문혁 법무법인 대정 대표변호사는 "법원은 위약예정금지 위반을 판단할 때 파견 근무의 실질이 연수인지와 파견 비용이 임금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며 "이번 판결에서도 그 경향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근로자를 해외 파견 보내면서 위약금 약정을 맺는 경우 파견 근무가 연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파견 근무의 실질이 근로제공의 연장선이라면 이번 사건처럼 위약예정금지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해외 파견 끝나자 퇴사한 직원에 “파견 비용 돌려달라” 소송…대법 ‘위법’,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 24일
- 이전글본사 이전하고 ‘노조 사무실’ 없앤 페르노리카…법원 “부당노동행위” 25.04.28
- 다음글올해 임단협, 통상임금 산입범위 노사 줄다리기…“더 적게 vs 더 많이” 25.04.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