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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방역 업무 불파 2심서 ‘부정’…1심 뒤집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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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5-05-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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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에서 방역 업무를 한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불법파견을 인정한 1심을 뒤집은 판결이다. 법원은 셀트리온이 하청업체에 제공한 표준작업지침서(SOP)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다며 표준작업지침서를 이유로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 인천제2민사부(재판장 신종오)는 셀트리온 하청업체 프리죤에서 일한 근로자 A 씨 등 2명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SOP 자체가 업무 지시"…불파 인정
 
프리죤은 셀트리온 공장에서 청소, 미화, 시설ㆍ보안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다. 소송을 제기한 두 사람은 프리죤에서 야간 클리닝 업무를 담당했다. 야간클리닝은 셀트리온 근로자들이 작업을 마치고 퇴근한 후 무균실의 벽과 천장, 바닥 등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작업을 말한다.
 
두 사람은 셀트리온이 제공한 표준작업지침서에 따라 작업을 했다. 표준작업지침서는 셀트리온이 FDA의 제조 품질 관리 기준(cGMP)을 준수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셀트리온이 표준작업지침서를 통해 자신들을 실질적으로 지휘ㆍ명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표준작업지침서 자체가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판단해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표준작업지침서에 야간 클리닝 작업에 사용되는 용액의 종류ㆍ비율, 작업 주기와 업무 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내용까지 상세하게 지정돼 있었다"며 "표준작업지침서 자체가 구속력 있는 지시로 셀트리온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셀트리온은 하청 근로자에게 메일로도 야간 클리닝 수행 일자, 지역, 범위를 지시하며 업무 요청을 했다"며 "업무 종료 후 시정 요청도 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1심은 하청업체의 야간 클리닝 업무가 셀트리온의 의약품 생산 업무와 분리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의 업무는 셀트리온이 무균실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과 필수 불가결한 지원 업무"라며 "야간 클리닝이 의약품 생산 일정과 연동해 진행돼 업무가 분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청업체가 야간 클리닝에 사용하는 장비도 셀트리온이 지급했다. 재판부는 "하청 근로자들이 작업 시 사용하는 의복, 장비, 용액을 모두 셀트리온이 제공했고, 소모품도 하청업체가 셀트리온에 요청해 공급받았다"며 "하청업체가 업무 전문성이 있거나 독립적인 기업 조직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1심은 하청업체 소장이 근로자에게 독자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고, 셀트리온이 하청업체의 주식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었던 점도 지적했다. 셀트리온 복지재단은 하청업체의 주식 22%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외견상 기업 조직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셀트리온이 하청업체의 3대 주주이고 하청업체 소장들이 근로자에게 독자적이고 자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SOP 제공'만'으로 업무 지시 아냐"…1심 뒤집혀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표준작업지침서 제공 자체로는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SOP는 FDA 기준에 따라 업무 범위를 특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서 다른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표준작업지침서만으로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SOP만으로는 업무를 할 수 없고, 자세히 나오지 않는 부분은 하청업체 소장과 의논해 재량껏 해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른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표준작업지침서는 하청업체가 cGMP를 준수하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표준작업지침서만으로 셀트리온의 업무상 지휘ㆍ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하청업체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는 서비스업, 셀트리온은 제조업체로 업무의 내용과 목적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서로 대체 가능하지도 않다"며 "근로자들이 수행한 야간 클리닝 업무에 전문성이 있고 하청업체도 독립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하고 특수 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 2심은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했고 2019년에는 자체 스테인리스 특수 키트도 개발했다"며 "하청업체가 전문성 없이 단순 업무만을 반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제약업계, 불파 리스크 피하려면?…"SOP 외엔 구체적 지시 말아야"
 
대형 제약회사의 경우 셀트리온처럼 방역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어 이번 판결이 불러올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도 방역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회사 측을 대리한 양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제약업계는 업종 특성상 자동차, 철강업계와 달리 직접생산공정에 대한 하도급이 어려워 불법파견 다툼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방역 업무 같은 지원 업무에 대해서는 많은 제역업체들이 하도급하고 있어 불법파견 리스크는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원청이 표준작업지침서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 수행 결정권자를 고려해 지휘ㆍ명령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원청이 인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표준작업지침서를 하청업체에 제공해 업무 지시를 했더라도 하청이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했다면 적법한 도급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표준작업지침서로 인한 불법파견 리스크가 해소됐더라도 안심할 순 없다. 원청이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거나 하청업체 근로자 선발에 관여할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양 변호사는 "표준작업지침서에 대한 법원 판단이 바뀌었더라도 원청이 불법파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청업체가 세부적인 업무기준은 자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원청이 하청 근로자 선발이나 근태 관리에도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셀트리온 방역 업무 불파 2심서 ‘부정’…1심 뒤집힌 이유는?, 월간노동법률, 2025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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