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불법파견 승소 뒤 부당전보 ’기아 화성공장 노동자 ‘자해’ 산재 인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28회 작성일 25-07-10 08:46

본문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아 노동자가 기존에 하던 일과 다른 업무에 배치된 뒤 고통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일이 2년 전 발생했다. 해당 사건으로 후유증을 앓게 된 노동자가 최근 산재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처음 불승인 결정을 내렸는데 재심사 청구 끝에 결론이 뒤집혔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당초 공단 화성지사가 A씨 사건에 대해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기아 노동자 A씨는 공단 화성지사가 내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산재보상재심사위에 재심사를 청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재결서가 송달된 뒤 확인할 수 있다.

A씨 대리인쪽은 “회사가 대법원 판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부품공급 업무를 하던 A씨를 조립부로 발령한 뒤 이에 동의할 때까지 청구인을 괴롭힌 데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연차휴가를 쓴 뒤 복귀를 하고 나서) 회피 반응이 재발해 충동적·우발적 자살사고에서 비롯된 자해행위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격무 부서 배치, 툭하면 ‘작업반 변경’

A씨는 2002년 10월 기아 화성공장 사내하청업체에 생산직으로 입사해 생산관리2부에서 부품공급 서열업무를 담당했다. A씨 포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 기아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약 11년 만인 2022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 기아 사쪽은 A씨 포함 승소자들을 2023년 3월 기존에 하던 일과는 다른 조립부로 배치했다. 조립부는 업무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1분13초마다 한 대의 차체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지나가는데 이 속도에 맞춰 부품을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에서 다른 업무를 맡게 된 데다 조립3공장에 배치된 A씨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하체반·도어반 등 ‘작업반’이 변경되기까지 했다. 2주·4주꼴로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낯선’ 업무에 배치되는 식이었다. A씨와 동료들 간 통화·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조립3공장 배치로 인한 어려움을 수차례 토로했다. 특히 작은 신장의 A씨는 ‘하체작업’시 까치발을 들거나 발판에 올라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 탓에 고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동료 이상언씨는 <매일노동뉴스>에 “‘교육’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방식”이라며 “3공장이 특히 심했는데 작업반마다 부품도, 작업동작도, 도구도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나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A씨를 포함한 정규직 전환자들은 2023년 3월24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같은해 5월12일 경기지노위는 ‘부당인사’라고 판정했다. 그런데 판정서 도달 이후 갈등 상황은 더 심화했다. 당시 정규직노조는 조합원 네이버 밴드에 ‘(화성)지회 입장’으로 “지노위 결정사항은(으로) 단협과 노동조합이 부정당했다” “66명(지노위 구제신청 당사자)의 의견 반영 안 할 것” “66명 대해 조합원 지위까지 생각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A씨는 이러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2023년 6월부터 남은 휴가를 소진하다 7월10일 일터로 복귀했다. 그런데 다시 출근한 지 3일째인 7월12일, 약 2시간 만에 조퇴했고 그 다음날인 7월13일 회사 주차장에서 제초제를 마셔 응급실로 실려갔다.


인정기준 완화됐는데 ‘엄격한 잣대’ 산재 문턱 높아

A씨는 잦은 업무변경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 내 주차장에서 제초제 음독 이후 뇌병변 증상이 발생했다며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장해 등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다만 질병·장해 등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동법 시행령 36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는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해당 조항은 2020년 1월 개정된 것으로, 기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보다 인정기준이 완화됐다.

경인지역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제초제 음독행위를 했다는 사정이 없는 것으로 봐 신청 상병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심의위원별 의견을 보면 뇌병변(기질성 뇌증후군)에 대해 심의위원 7명 중 5명이 ‘불인정’ 의견을 내고, 2명만 ‘일부 인정’ 의견을 냈다.

A씨 대리인쪽은 경인질병판정위 결정이 업무상 자해행위 인정기준을 완화한 ‘개정 법리’가 아니라 ‘종전 법리’를 적용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의위원별 의견에서 불인정 판단 근거로 언급된 △이성을 잃을 만한 상황,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하기는 충분하지 않음 △자살목적으로 했다는 본인 진술 등이 개정 이전의 엄격한 판단기준에 기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 대리인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는 “자해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상 사유만이 아니라 자해행위 직전에 정신적 이상상태였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산재로 인정되는 탓에 그 문턱이 높다”며 “독일·프랑스는 고의성이나 정신질환 유무가 아니라 자살의 동기와 업무 간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행령 개정 이후 공단의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도 (2023년) 개정됐지만 판례를 소개하는 수준이고 성격도 ‘판정 지침’이 아닌 ‘조사 지침’이어서 (질병판정위) 심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부당인사발령 소송·복직 남은 쟁점

A씨의 산재는 인정됐지만 남은 쟁점이 많다. 부당인사발령 사건은 경기지노위·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노동자 손을 들어줬지만 사쪽 불복으로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서울행정법원 13부(재판장 진현섭 부장판사)는 지난 5월15일 기아가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인사발령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쪽이 항소해 사건은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다.

A씨 복직 문제도 남아 있다. A씨 동료와 대리인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자해행위로 인한 후유증으로 병가를 냈는데 휴직 기간 이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면서 ‘당연퇴직’ 처리됐다. A씨는 당연퇴직 취소를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그의 동료인 이상언씨도 “산재 기간 ‘해고’는 무효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처 : 어고은 기자, ‘불법파견 승소 뒤 부당전보 ’기아 화성공장 노동자 ‘자해’ 산재 인정, 매일노동뉴스, 2025년 7월 7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