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교육매니저도 근로자”…상당 지휘ㆍ명령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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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교육매니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심은 회사가 한 업무 지시와 평가가 위임 사무를 위한 간접적 통제 수단에 불과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명령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3일 NH농협생명보험에서 퇴직한 교육매니저 A 씨 등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A 씨 등은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신입 보험설계사를 교육하는 교육매니저로 일했다. 이들은 회사가 지정한 근로시간과 장소에 구속돼 교육 업무를 수행했고, 교육 결과를 일ㆍ주ㆍ월간 단위로 보고했다.
교육매니저들은 퇴사 후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결국 교육매니저들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엇갈린 하급심…"상당 지휘ㆍ명령" vs "간접 통제 불과"
1심은 교육매니저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교육매니저들이 업무 내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종속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교육매니저들은 회사가 정한 교육 대상자ㆍ과목ㆍ강의 시간표에 따라 최종 확정된 업무를 수행했다"며 "업무 내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했다.
회사가 교육매니저들의 업무 평가를 실시해 수수료를 차등 지급한 점도 근로자성이 인정의 이유가 됐다. 법원은 "회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들을 매년 평가했고, 결과를 토대로 해촉 여부와 수수료 등급을 결정했다"며 "회사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교육매니저가 회사의 승인 없이는 겸업을 할 수 없었던 점도 고려했다. 법원은 "퇴사자들은 5년에서 9년의 장기간 동안 회사에서 계속 근무했고, 겸업을 하려면 회사의 승인이 필요했다"며 "계약의 전속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계약의 형식이 위촉 계약이고 교육매니저들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없다"며 "교육매니저들은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2심은 회사의 업무 지시와 평가가 위임 사무를 위한 간접적 통제 수단에 불과한 것일 뿐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가 업무보고를 요구한 것은 수수료 지급을 위한 목적"이라며 "회사의 업무보고 지시가 위임 계약상 수임인의 업무 보고 의무 이상으로 상당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업무평가가 위임 계약상 간접적 통제 수단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무평가 항목이 대부분 회사의 개입이 어려운 교육생 합격 인원, 신입 보험설계사의 정착률, 교육생 강의평가로 이루어졌다"며 "업무평가가 위임 계약의 간접적 통제 수단 이상의 상당한 지휘ㆍ명령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교육매니저들에게 강의실, 교육 비품, 간식 등을 제공한 것도 위임 계약상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업무 수행 실비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교육 진행 기간 중 휴가 자제를 요청한 것도 위임 업무 수행에 있어 필요한 사항을 지시한 것에 불과해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의 근로시간ㆍ장소 지정과 겸업 금지도 교육 업무 특성에 따른 것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이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육 업무 특성에 따라 회사는 근로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것만으로 교육매니저들이 회사의 지휘ㆍ감독 아래에서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교육매니저들이 겸업을 할 수 없었지만 겸업을 허용했다면 교육 업무 위임 계약의 취지가 지켜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위임 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해 겸업을 금지한 것이 계약의 전속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대법 "위임 관리 뛰어넘는 상당한 지휘ㆍ명령"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교육매니저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회사의 평가가 위임 사무 처리에 필요한 통상적인 관리 수준을 넘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매니저 평가 기준에 인성, 회사 정책 참여도, 성실성 등의 항목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러한 기준으로 이루어진 평가가 위임 사무 처리에 필요한 통상의 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교육매니저들에게 교안 제작, 대체 교육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강의 외의 각종 업무를 지시한 점을 지적하며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교육매니저들에게 강의 외에도 각종 업무를 지시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수수료 등급을 강등했다"며 "회사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교육매니저들의 전속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교육매니저들의 근속기간이 5년에서 9년이고, 회사의 승인 없이 타사 교육 업무와 겸업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록 교육매니저들이 사업소득세를 내고 4대 보험에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는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결정한 것으로 근로자성 판단에 영향이 없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 하지 않아 파기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실질적 종속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소 노무법인 HRS 대표공인노무사는 "원심은 위임 계약이라는 형식적 계약 관계에 치중해 각각의 사정을 개별적으로 판단했다"며 "이와 달리 대법원은 상당한 종속성을 기준으로 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법원은 평가로 인한 실질적 불이익이 존재한 점 등 교육매니저들이 회사의 업무상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구조적으로 파악해 원심과 다른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계약의 실질이 위임 계약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포괄적 목표 설정형 업무 지시와 정량적 지표를 기준으로 한 업무평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노무사는 "노무제공자에 대한 업무 지시가 위임 사무에 필요한 간접적 통제 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 지시를 구체적ㆍ세부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포괄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 그쳐야 한다"며 "업무평가도 인성, 태도 등 주관적 평가에 치중하기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대법 “보험사 교육매니저도 근로자”…상당 지휘ㆍ명령 인정,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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