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구내식당 업무, 불법파견 아냐”…대법,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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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구내식당에서 조리ㆍ배식 업무를 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가 식단을 결정하고 작업지시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재료와 간단한 조리 방법에 관한 것이라서 지휘ㆍ명령의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는 지난달 26일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구내식당에서 일한 하청업체 근로자 A 씨 등 5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심 "원청 소속 영양사가 지휘ㆍ명령"…불법파견 인정
A 씨 등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ㆍ배식 업무를 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금호타이어의 지휘ㆍ감독을 받아 일했다며 금호타이어가 자신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회사 측 손을 들었지만, 2심은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먼저, 2심은 A 씨 등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금호타이어가 수행하는 구내식당 업무'와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금호타이어의 본래 업무인 타이어 제조 업무와 구내식당 업무를 비교해 불법파견을 판단하면 당연히 A 씨 등이 금호타이어의 사업(타이어 제조 업무)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에선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가 직접 메뉴를 선정해 식자재를 공급하면 A 씨 등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조리하고 배식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영양사가 작성한 작업지시서(주간메뉴표)엔 메뉴뿐만 아니라 각 재료의 비율과 모양, 간단한 조리 방법 등이 담겼다.
2심은 금호타이어가 영양사를 통해 A 씨 등에게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는 직접 메뉴표를 작성하고, 곡성공장 구내식당의 운영을 총괄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금호타이어는 직접 영양사를 고용해 메뉴를 선정하고 식자재를 구매ㆍ검수하게 하면서 실질적으로 구내식당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과 음식의 질 등을 직접적으로 결정한 반면, 하청업체는 정해진 메뉴를 임의로 변경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A 씨 등이 금호타이어의 구내식당 업무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상태에서 조리ㆍ배식 업무를 했다고 판단했다.
2심은 "금호타이어는 곡성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고 곡성공장 근로자들은 3교대로 번갈아 가며 업무를 수행했는데, 곡성공장의 식수 인원과 규모, 위치 등에 비춰 볼 때 금호타이어는 어떠한 형태로든 곡성공장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 외에도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점,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한 점도 불법파견 판단 근거로 인정됐다.
대법, 2심 뒤집고 "업무 구분돼 사업 편입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판단이 또 뒤집혔다. 대법원은 A 씨 등과 금호타이어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양사가 식단을 결정하고 작업지시서 등을 작성ㆍ제공했으나, 작업지시서 등의 주된 내용은 재료의 종류와 비율, 간단한 조리 방법에 관한 것일 뿐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 요령, 순서 등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며 "금호타이어가 위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 A 씨 등에게 그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영양사는 식단의 선정과 식재료의 조달ㆍ검수 업무를, A 씨 등은 조리ㆍ배식 업무를 각 수행함으로써, 영양사 등과 A 씨 등은 각자 담당하는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돼 있었고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며 "A 씨 등이 금호타이어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하청업체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근무시간, 근무조 편성 등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하청업체가 일정 정도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와 A 씨 등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했는지, 금호타이어가 A 씨 등에 대해 업무수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ㆍ명령을 했는지, 일반적 작업배치권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한을 행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A 씨 등이 금호타이어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파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금호타이어 측을 대리한 이윤지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원심은 하청업체가 수행한 업무가 원청 사업에 실질적 편입돼 있는지를 지나치게 확장해서 판단해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된다고 봤지만,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려면 영양사 업무와 하청 근로자 업무가 불가분적으로 상호 결합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구내식당을 도급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의 불법파견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구내식당 업무는 금호타이어의 타이어 제조 업무와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파견 판례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사건에서조차 근로자파견이 인정되면 식당을 아웃소싱해 운영하는 많은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점을 재판 과정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처럼 구내식당 업무를 한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건 흔치 않은 사례다. 이번 사례는 불법파견 리스크가 비생산 공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최근 흐름을 잘 보여준다. 과거 불법파견 소송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과 간접생산공정에서 주로 제기됐지만, 최근엔 시설관리, 유지ㆍ보수, 물류, 경비, 소방 등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업무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현재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이제는 굳이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는 하청 근로자들의 요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금호타이어 구내식당 업무, 불법파견 아냐”…대법, 파기환송,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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