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셀트리온 방역 업무 불법파견 아냐”…한숨 돌린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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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방역 업무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품질 기준 준수를 위한 표준작업지침서(SOP)가 불법파견의 증거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불법파견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제약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셀트리온 하청업체 프리죤 소속 근로자 A 씨 등 2명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엇갈린 하급심…항소심서 불법파견 '부정'
프리죤은 셀트리온 공장에서 청소, 시설ㆍ보안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다. 소송을 제기한 두 사람은 프리죤에서 야간 클리닝 업무를 수행했다. 야간 클리닝은 셀트리온 근로자들이 퇴근한 후 무균실의 벽과 천장, 바닥 등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작업이다.
두 사람은 셀트리온의 SOP에 따라 작업을 했다. SOP는 셀트리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조 품질 관리 기준(cGMP)을 준수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셀트리온이 SOP를 통해 자신들을 실질적으로 지휘ㆍ명령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OP 제공 자체가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판단해 불법파견이라고 봤다. 1심은 "셀트리온이 제공한 SOP에는 야간 클리닝 작업 시 사용할 용액의 종류, 비율, 작업 주기와 업무 시 준수사항 등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상세하게 지정돼 있었다"며 "프리죤의 업무 매뉴얼은 SOP와 셀트리온의 지시 사항을 단순 요약한 것에 불과해 자체적으로 하청 근로자에게 작업 지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SOP 자체가 구속력 있는 지시에 해당한다"며 "셀트리온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음이 인정돼 불법파견"이라고 했다.
그러나 2심은 SOP 제공만으로 원청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은 "SOP는 FDA의 기준에 따라 업무 범위를 특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다른 하청 근로자들의 발언을 고려할 때 SOP는 하청업체가 cGMP를 준수하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SOP만으로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셀트리온의 업무상 지휘ㆍ명령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2심은 프리죤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인정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2심은 "프리죤은 독자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하고 2019년에는 자체 스테인리스 특수 키트를 개발하기도 했다"며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 부정' 대법서 '확정'…한숨 돌린 제약업계
대법원은 셀트리온의 불법파견을 부정한 원심을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해당 판결이 상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건은 제약업계 불법파견 사건 중 판결이 확정된 첫 번째 사건이다. FDA 등 기관의 인증을 받기 위해 SOP를 사용하는 제약업계로서는 대법원이 SOP 자체를 불법파견의 증거로 최종 판단할 경우 다수의 불법파견 소송에 휘말릴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이 SOP 제공 자체만으로는 불법파견이 인정될 수 없다는 원심을 확정하면서 불법파견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 측을 대리한 양시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제약업계 특성상 SOP를 이용해 하청업체에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원이 SOP 자체를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의미가 크다"며 "제약업계 불법파견 리스크 중 상당 부분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업계의 불법파견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양 변호사는 "제약업계가 불법파견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약품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나 관련성이 큰 업무의 경우 여전히 불법파견이 인정될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제약업계의 불법파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청업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청이 하청업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SOP 자체가 불법파견의 증거가 아니라고 해도 원청이 하청업체의 업무 수행과 채용에 일일이 관여하면 언제든지 불법파견이 인정될 수 있어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대법 “셀트리온 방역 업무 불법파견 아냐”…한숨 돌린 제약업계,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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